명예훼손 불송치 결정, 정말 끝난 사건일까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진행했음에도 경찰이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불송치 결정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이며,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닙니다.
특히 명예훼손 사건은 표현의 내용, 전달 방식, 대상 범위 등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판단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합니다. 따라서 불송치라는 결과만으로 처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는 왜 불송치가 되었는지, 법적 구성요건이 실제로 충족되지 않는 것인지, 기존 판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억울하다는 감정만으로 접근하기보다, 형법상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과 수사기관의 판단 구조를 나누어 검토해야 이후 대응 방향도 분명해집니다.
판례와 비교하면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공연성, 사실의 적시, 그리고 사회적 평가 저하 가능성입니다. 실무상 경찰 단계에서는 이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하다고 보아 불송치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원은 구체적 사정을 더 넓게 살펴 명예훼손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인천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20고단7373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관련한 성매매 등 민감한 사실을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전화로 전달한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라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의 전달이었고, 상대방이 제3자라는 점에서 공연성 역시 인정되었습니다.
만약 의뢰인이 겪은 사건도 이와 유사하게 사실 적시가 존재하고, 그 내용이 제3자에게 전달되었으며, 사회적 평가 저하 가능성이 충분하다면, 불송치 결정은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결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론이 실제 판례 법리와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적 근거를 외면한 불송치라면 법왜곡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형법 제123조의2는 이른바 법왜곡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법령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거나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법령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여 재판 또는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도 분명합니다. 모든 불송치 결정이 곧바로 법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 해석에는 일정한 범위의 재량이 존재하고, 수사기관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해서 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구별해야 합니다.
다만 관련 법리와 판례가 비교적 분명하고, 구성요건 충족 여부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사실상 외면한 채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만 결론지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적용되어야 할 형법 제307조의 요건을 사실상 심리하지 않거나, 판례상 인정되는 법리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정황이 있다면 단순한 판단 차이를 넘어선 문제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핵심은 불송치 자체가 아니라, 그 불송치가 어떠한 법적 검토를 거쳐 이루어졌는지입니다. 합리적 해석 범위 안의 판단인지, 아니면 적용되어야 할 법률과 판례를 의식적으로 배제한 것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감정적 비난보다 결정문과 사건기록, 관련 판례를 나란히 놓고 정밀하게 비교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송치 이후 가해자의 조롱까지 이어졌다면 대응 전략은 더 분명해집니다
실무에서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자신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 추가 발언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기존 사건과 별도로 새로운 명예훼손 또는 모욕 행위가 성립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정신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자료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불송치 결과를 면죄부처럼 이용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거나, 주변인에게 피해자를 비하하는 말을 계속 전파한다면, 이는 오히려 후속 대응에서 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초기 사건에서는 입증이 다소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발언과 태도까지 누적되면 전체 사실관계가 훨씬 선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가능성을 검토하고, 추가 발언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소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사건을 하나의 시점에서 끊어 보기보다, 전후 사정을 포함한 연속된 행위로 정리하는 것이 전략상 훨씬 유리합니다.

